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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일기

출산 후기 | 캐나다 출산 후기 #3, Royal Victoria Hospital, 입원실 후기, 병원 밥, 엄청나게 친절했던 간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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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너무 빠르고 쉽게 테오를 출산하고

후처리가 끝난 다음에

분만실에서 바로 테오에게 수유를 하라고 했는데

어차피 모유가 바로 나오는 건 아니지만

분만 후 바로 수유자세로 아기를 안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냥 그 행위 자체에 의의를 두는 거라고 했다.

엄마랑 아기의 skin to skin contact가 중요하다고.

 

간호사들이 자세를 봐주고

수유하기 편하게 침대를 세워주고 나갔는데

그 자세로 5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갑자기 앞이 핑 돌면서 눈앞이 깜깜해지고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리면서 숨쉬기가 힘들었다.

 

몸에 힘이 하나도 안들어가서

혹시나 내가 테오를 놓칠까 봐

엄청 힘겹게 "오빠, 간호사.. 간호사.."라고 했다.

근데 간호사가 와서 침대를 눕혀주자마자

바로 괜찮아졌다.

 

분만 시에 피를 많이 흘리기 때문에

흔히 있는 일이라고 했다.

 

수유가 끝나고 나서

혹시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싶은지

자기가 도와준다고 간호사가 물었는데

아직 마취가 안 풀려서 다리에 힘도 안 들어가고

좀 전에 어지럽고 토할 거 같았던 그게 너무 무서워서 싫다고 했더니

간호사가 물수건으로 내 다리를 다 닦아줬다.

 

그리고 휠체어를 타고 입원실로 이동했다.

캐나다에서는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자연분만의 경우 출산 후 24시간이 지나면 퇴원하고

제왕절개의 경우 48시간 이후에 퇴원한다.

 

물론 아기나 산모의 상태에 따라

더 오래 입원하기도 한다.

내 동생의 경우에는 조카가 황달 증세가 있어서

3일 정도 입원했었다.

 

 

 

#입원실

 

캐나다는, 아니 내가 사는 온타리오는

온타리오 의료 보험으로

모든 출산 비용이 커버가 된다.

 

OHIP 카드만 있으면

산부인과 진료 보는 것도

자연분만이든 수술이든 출산 비용도

그리고 출산 이후 입원 비용까지 모두 무료다.

 

물론 분만 후 입원실은

다인실인 경우만 무료이고

1인실이나 2인실을 원하면 비용이 발생하는데

개인보험이나 회사 보험이 있을 경우

보험으로 커버 가능하다.

 

병원마다 다인실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출산한 Royal Victoria Hospital의 경우는

사실 잘 모르겠다.

 

온타리오는 대부분의 코비드 관련 규제가 풀린 상황이었는데

단 병원은 아직 예외여서

마스크를 낀 상태로 출산을 했고

그래서인지 모든 병실을 1인실로 만들어 둔 것 같았다.

 

물론 분만 자체가 많아지면 불가능했겠지만

퇴원하면서 보니까

비어있는 병실이 아주 많았다.

 

1인실 신청을 하고 돈을 낸다고 하더라도

병원 상황에 따라

분만하는 산모가 많아지면

1인실일 쓸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고 했다.

 

근데 내 동생도 나한테 그렇게 말해줬었고

나도 이번에 경험해보니까

무조건 절대적으로 1인실을 해야 한다.

산모와 보호자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말이다.

물론 그래도 보호자의 잠자리는 아주 불편하다.

 

내가 출산 전에 가장 걱정했던 게

입원실 온도였는데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게 입어도 병원이 너무 춥다고 했었고

나는 원래 추위를 많이 타는 타입 ㅠ

내 동생은 한여름에 출산을 했는데

진짜 병원이 너무 추웠다고 했었다.

 

그래서 샤워가운이랑 이런 것들을 엑스트라로 챙겨 갔는데

내가 출산한 병원은 아주 따뜻했다.

낮에는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와서 심지어 덥기까지 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준 이불이 두 겹이었는데

하나가 약간 히트텍 느낌으로

뭔가 자체적으로 발열 느낌이었다.

 

결론적으로 샤워가운은 아예 꺼내지도 않았고

오빠는 몸에 열이 많아서 이불은 덮지도 않고 잤다.

 

그리고 병실에 티비가 있어서

우리는 출산 다음날 블루제이스 경기도 시청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처럼 엄청나게 좋은 시설은 아니지만

나는 나름 만족스러웠다.

사실 불평할 게 하나도 없었다.

 

 

 

#엄청 친절한 간호사들

 

나는 원래 리뷰 같은걸 잘 남기지 않는 편인데

이 병원에서의 출산이 너무 만족스러워서

감사 편지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오빠도

산모에 대한 케어에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물론 자기 일을 하는 거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간호사들이 진심으로 산모를 케어해 준다고 느꼈다.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출산 후에 입원실로 와서 한참 누워있다가

딱히 화장실이 가고 싶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소변줄을 뺀 후 6시간(이었나? 정확히 몇 시간인지는 잘 기억이 안남)내로

화장실을 가야 한다는 말이 기억나서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데

마침 오빠는 테오를 안고 있었고

간호사가 화장실 혼자 가기 걱정되면 호출하라는 말이 기억나서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를 호출해두고 혼자서 침대에서 일어섰는데

분명 산모 패드를 하고 있었는데

마치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것 마냥

피가 왈칵 쏟아졌다.

 

다리, 발, 신발 할 것 없이 피가 다 흘렀고

병실 바닥도 피가 흥건했다.

 

마침 간호사가 왔는데

화장실로 부축해서 데려다주더니

혼자서 볼일을 볼 수 있겠냐고 물었다.

 

피는 쏟았지만 정신은 멀쩡해서 혼자 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화장실에 들어가니

이걸 어떻게 닦아야 하나 엄두가 안 났다.

 

간호사를 화장실로 불렀더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자기가 병실도 다 정리해줄 거고

그냥 피 묻는 거 걱정하지 말고 그대로 볼일 다 보고 나서 자기를 다시 부르면

자기가 뒷정리를 다 할 거라고 했다.

 

볼일을 보고 다시 불렀더니

물수건으로 피 묻은 내 몸을 다 닦아주는데

그냥 대충대충이 아니라

진짜 발가락 하나하나 사이까지 정성스럽게 닦아줬다.

 

그러고 나서는 화장실을 다 정리하고

내가 신고 있던 슬리퍼를 병실 밖으로 가져가서 씻어와도 되냐고 물었다.

화장실 세면대는 내가 양치도 하고 하는데

거기서 피 묻은 신발을 닦는 건

뭔가 오빠랑 내가 세면대 사용하기 찝찝할 거 같다면서.

 

잠시 후에 슬리퍼를 깨끗이 씻어서 들고 왔는데

와서는 하는 말이

내 슬리퍼가 고무 재질이라

물로 슥슥 닦아도 되고 잘 닦아져서 다행이라고 했다.

 

대충 닦아 줄 수는 있겠지만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닦아주고 한건

내 생각에 오빠나 우리 엄마 정도나 해줄 법한 케어였다.

 

이밖에도 소소한 것 하나하나가

아주 사려 깊었다.

 

 

 

#병원 밥

 

캐나다 출산 후기를 찾아보면서 또 하나 걱정했던 게

병원 밥이었는데

다들 너무 맛이 없다느니

산모가 먹을 식단이 아니라느니

그런 말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원래 음식 먹을 때도 엄청 따지고 까탈스러운 편인 데다

비위도 많이 약해서

공공장소 같은 곳에서는 뭘 먹거나 마시지도 못하고

비슷한 이유로

장거리 비행을 하더라도

기내식을 거의 먹지 못한다.

 

근데 출산 후에 이상하리만치

컨디션이 엄청 좋고 식욕도 마구마구 돋았다.

 

밥은 이야기 들었던 대로 기내식 같은 느낌이었는데

내가 지낸 Royal Victoria Hospital은

매끼마다 3가지 옵션을 주고 선택하게 했다.

 

주로 샌드위치, 파스타, 샐러드 등등이었는데

프로틴으로는 닭가슴살, 연어, 참치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물론 베지테리안 식단도 있었다.

간식도 선택해서 먹을 수 있었고

주스도 여러 옵션 중에 선택해서 마실수 있게 되어있었다.

 

웃긴 건 모유 수유하는 한국 사람들이라면 마시지 않을 법한

커피나 블랙티가 밥과 같이 나왔다.

또 익히 이야기 들었듯이

밥과 같이 나온 물도 차가운 얼음물이었고

진통제와 함께 나온 물도 차가운 얼음물이었다.

사실 얼음물은 좀 문화충격 ㅋㅋㅋ

 

근데 나는 내가 밥 잘 못 먹을 줄 알고

병원밥은 오빠 주고

비비고 죽이랑 비비고 미역국 먹을 생각으로 싸갔었는데

결론적으로 나는 병원밥 엄청 맛있게 잘 먹고

같이 나온 디저트까지 싹싹 비웠다.

그래서 비비고 죽이랑 미역국은 간식으로 먹었다.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오빠도 나도 당연히

내가 병원밥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아주 삼시세끼 간식까지 싹싹 잘 먹을 정도로

나는 만족했다.

 

 

 

#그밖에 몇 가지 에피소드

 

그 외에 몇가지 에피소드들이 있긴 한데

이건 나중에 테오가 나한테 시간을 좀 주면

그때 따로 또 기록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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